갑작스럽게 나타난 월화의 요기 섞인 등장에 수현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잊었다. 하지만 곧 덮 화려하기 của cáo 깨달고 공포에 찬 신음을 뱉었다.
「어, 어,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여기 있는 거야아아아?!」
월화는 수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계곡으로 떨어지는 영민을 간신히 받아 안으며 수현을 싸늘하게 째려봤다.
「어떻게냐고? 마치 내가 절대 이곳에 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투네.」
「그, 그거야 다, 당연히 그, 그 괴, 괴물이…」
수현은 공포와 다급함이 뒤섞인 목소리로 더듬더듬 말했다.
「……역시 그 불가사리는 네놈의 짓이었구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요괴를 구해 온 것이냐?!」
「나, 나도 몰라. 그냥 몸이 이끄는 대로 왔더니 냥이가 있단 말이야.」
더는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 월화에게 불리할 것만 같았던 일을 술술 설명했다.
「호오. 내가 들은 옛날이야기에는 불가사리는 봉인되었다고 했는데……. 그런데 그 봉인이 풀렸다는 것인가?」
그것 까지는 월화도 몰랐기 때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저 산속을 뿔뿔이 기어 다니는 불꽃을 내뿜는 작은 요괴를 관찰하다가 그 정체를 깨닫고 섬뜩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월화는 어쩌면 날아간 염화의 꼬리가 봉인된 곳을 강타해서 봉인이 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가사리가 염화의 꼬리를 몸에 지니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내 몸에 직… 꼬리 기운이 꽤 됐을 텐데도 아직도 다른 꼬리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니…….」
월화는 예전보다 훨씬 더 푸르스름해진 수현의 혼을 보며 혀를 찼다.
「원귀에 가까워지면서 요기가 증폭했기 때문인가?」
「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것보다 그 불가사리는 내 몸을 키웠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물리치고 온 거야?!」
그것보다 수현은 먹이를 가져다 줘서 몸을 키웠던 불가사리를 월화가 어떻게 가뿐하게 물리치고 이곳에 나타난 건지가 더 궁금했다.
월화는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소 귀찮은 투로 말했다.
「오라버니를 버리고 불가사리를 쓰러트리는 일에 몰두할 수는 없었다. 그놈보다 오라버니를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오라버니를 우선시했을 뿐이다.」
월화의 설명에 수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현은 월화의 성격상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다면 모른 척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월화는 다른 사람의 안전보다는 영민이의 안전을 선택했다.
「뭐야, 역시 너도 여자였어…….」
「그 이상 말하면 가만 안 두겠다.」
수현이 말을 다하기 전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월화가 수현의 얼굴 바로 앞에 여우불을 들이댔다.
「히이익!」
육체가 혼이라도 여우불의 뜨거운 열기는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수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나에겐 오라버니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내 꼬리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곳에 불가사리를 막으러 온 것이 아니다. 내 꼬리의 힘에 맞추지 못하겠지만 에세르-ssi đang đến. ẽ 하고, 그분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불가사리를 처리해 달라고 맡길 것이다.」
영민을 구하는 일과 불가사리에 의해 피해를 입을 사람들을 저울질하고 있던 월화는 불길을 피해 다니는 에세르의 박쥐를 보고 주저 없이 에세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예전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떠맡을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이미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월화가 가진 것은 너무나 컸다. 영민이 또한 소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월화는 자연스럽게 에세르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다른 곳에 있는 꼬리의 기운을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에세르의 박쥐들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현은 월화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게 뭐야.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는데…….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아아아!」
수현은 아까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곡성을 울었다. 수현의 울음소리에 호응하듯이 계곡 물이 요동을 치며 치솟아 올랐다.
「크윽! 꼬리를 가지고 있을 때와 똑같은 힘이잖아!」
월화는 자신을 덮치는 커다란 물줄기를 피하면서 경악했다.
「원귀화가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힘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수현의 한이 담긴 요기인가?」
월화가 조금 고민하는 바람에 빈틈이 생겨 버렸고, 등 뒤에서 덮쳐 오는 또 다른 물줄기를 피하지 못했다. 반사적으로 영민을 앞으로 안아서 직격탄을 맞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꺄아아아악!」
마치 통나무로 등을 후려치는 듯한 충격에 월화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터졌다. 그리고 손에 힘이 빠지면서 영민이를 놓치고 말았다.
「오, 오라버니!」
월화는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계곡으로 떨어지는 영민이에게 손을 뻗으며 다가갔다.
「오라버니에게서 떨어져!」
계곡에서 두 줄기의 물줄기가 월화를 향해서 매섭게 치솟아 올랐다. 그중 하나는 영민이 맞는 궤도였기에 영민의 몸은 회전하며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떨어지는 월화를 지나쳐 갔다.
「오라버니가 어떻게 네 것이냐?!」
월화는 막다른 심정으로 남은 물줄기 하나를 양팔로 쳐내고 영민이를 잡으려는 수현을 향해 노성을 질렀다.
「고, 골 빈 여자?! 방금 나를 골 빈 여자라고 했어?! OO대 수석 입학에 장학금까지 받은 나를 골 빈 여자 취급했단 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월화의 말이 역린이었는지 수현이 그 자리에 멈춰서 미친 듯이 화를 냈다. 그 모습을 보고 순간 월화는 일부러 더 도발해서 수현의 신경을 영민에게서 떼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같은 골 빈 여자가 어떻게 장학금을 받았다니 세상 말세로구나. 요즘 장학금은 골 빈 순서로 주는 거냐?!」
월화는 최대한 신경을 긁어 대는 비웃음을 흘리며 이죽거렸다. 덕분에 이번에는 수현이 노성을 지를 차례였다.
「이…… 젖비린내 나는 애새끼 주제에!」
직─
이 말은 월화의 역린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싸늘하게 노려보는 시선에 수현은 겁을 먹기는커녕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이죽거렸다.
「어머나, 못 들었어? 몇 번이라도 말해 주지. 껌딱지 가슴! 그런 몸으로 남자를 홀릴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대단한 용기야. 난 흉내도 못 내겠다.」
그렇게 말하며 수현은 연극조처럼 손뼉을 쳤다.
혼밖에 없기 때문에 손바닥을 마주쳐도 박수 소리가 날 리가 없다. 하지만 월화는 사람 속을 긁어 대는 수현의 박수 소리가 똑똑히 들리는 것 같았다.
「후후후.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하긴 허구한 날 남자한테 차이는 여자 눈에는 대단해 보일 수도 있겠지. 골이 빈 정도가 아니라 머리에 영양까지 몽땅 가슴으로 몰아넣고도 남자가 안 생기는 여자한테는 내가 부럽겠지?」
월화는 팔짱을 끼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입가는 미묘하게 실룩거리고 있었다.
「호호. 마치 자기는 남자 있다는 말투로 자랑하는 것 같네? 재미있네. 아스팔트에 붙어서 사람들이 밟고 밟아서 납작해진 껌딱지 소녀가 자기가 남자한테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신기한 일도 다 있네. 아, 가슴이 납작해서 남자한테 밟소였던 건가?」
수현도 팔짱을 끼고 비웃는 웃음을 흘리며 월화를 놀렸다. 하지만 역시 웃고 있는 입가는 미묘하게 실룩거리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먼저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그 이튿날 무슨 연유인지 잊어버렸지만 이라는 사실은 일단 가슴에 묻어 뒀다.
「알겠느냐?! 오라버니는 너같이 가슴밖에 없는 골 빈 여자보다 가슴은 작아도 속이 알찬 여자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다!」
「웃기지 마! 고백했다면 왜 안 사귀는 건데?! 이 껌딱지가! 어디서 거짓말이야?! 무엇보다도 영민이는 큰 가슴을 좋아한다고! 나를 볼 때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는 아아아?」
「모른다! 그 따위 일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보다 껌딱지 처녀귀신이라고 부르지 말아라! 이 골 빈 꼬마야!」
「너야말로 나보고 골 빈 여자라는 말 하지 마! 이 껌딱지 꼬마야!」
둘은 씩씩거리며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너와 제대로 ‘이야기’ 좀 해 봐야 될 것 같다.」
월화의 손톱이 길게 늘어나며 주위에 여우불이 피어올랐다. 지금 월화의 심정이 대기 중으로 변해 손 위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여우불에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았다.
「됐네. 나도 이 기회에 확실히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잘됐네.」
수현이 손가락을 까닥이자 계곡의 물들이 무서운 기세로 치솟아 올라서 수현의 주위를 맴돌았다.
「그 골 빈 머릿속에 잘 새겨 듣기 바란다.」
「그 껌딱지 가슴에 잘 새겨 놔 둬.」
그리고 다음 순간 월화와 수현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며 동시에 소리쳤다.
「난 처음부터 네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두 여자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부딪쳤다.
* * *
에세르는 월화의 뒤를 쫓아오는 박쥐를 이용해서 월화에게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민이가 말해줬던 월화의 과거 이야기를 늘 줬다.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정말 기분 좋았다. 리해그렇 때문에 자기 대신 불가사리를 막아 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다. 그리고 지리산에 도착해서 박쥐들의 안내로 불가사리를 찾았다.
월화에게 불가사리의 특징에 대해서는 들었다. 유일한 약점인 불이 월화의 꼬리 중 하나인 염화의 꼬리 때문에 없어졌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힘으로 억누르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불가사리와 탐색전을 시작하면서부터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을 완전히 수정해야 됐다.
월화가 불가사리의 몸이 강철 같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의 뉘앙스일 뿐 실제로 불가사리의 몸은 강철 이상이었다. 은호와 싸울 때도 큰 타격은 안 돼도 고통은 줬었기에 에세르의 머리카락 공격은 불가사리의 몸에 긁힌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에세르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공격을 받고도 모기가 와서 물었냐는 듯 쇠를 먹는 데 열중하는 불가사리의 모습에 흡혈귀로서의 자존심이 살짝 상처받았다.
방어력만큼은 은호 이상이었다. 지금까지 에세르가 만난 그 어떤 요괴보다 단단했다.
암흑의 마법으로 공격할까 생각했지만 월화의 천요의 꼬리의 기운이 잔류한 지금은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매혹의 힘은 인간도 만족스럽게 홀리지 못하는데 불가사리를 매혹시켜서 뭘 할 수 있겠는가?
「뭔가 좋은 공격 방법을 없을까?」
피의 칼날처럼 피의 칼을 사용하면 큰 타격을 주든가 잘하면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피의 칼을 사용하려면 흡혈귀의 몸을 죽음까지 내몰아야 흡혈이 된다.
「물론 못할 것도 없지만 그렇게 해서 녀석을 쓰러트려도 꼬마가 기뻐할 리가 없지.」
더구나 그때는 영민의 피여서인지 몰라도 운 좋게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이 계속될 리가 없다.
자아,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후우…… 뭘 고민하고 있는 거람.」
에세르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피의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 붉은 눈이 자동 피보다 더 짙어졌다.
「흡혈귀가 적을 앞에 두고 계산이나 하고 있다니…… 나도 많이 물러졌군!」
에세르는 자신을 거들떠도 안 보고 먹이를 먹는 데 집중하는 불가사리를 향해 달려갔다.
「보여 주마! 흡혈귀가 어떻게 싸우는 지!」
에세르는 머리카락에 마력을 주입해서 거의 제로 거리까지 불가사리에게 달려들어서 연속으로 머리카락을 날렸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머리카락이 불가사리의 목덜미에 꽂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제야 불가사리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에세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먹이 앞을 떠나기 싫은지 대신에 입에서 불길을 내뿜었다.
에세르는 염화의 불길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머리카락을 목덜미로 날리는 한편 입으로 주문을 읊조렸다.
「내 이름은 에세르 글라이너스! 나와의 계약을 이행할 것을 원하노니! 뱀파이어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나의 적을 꿰뚫어 주소서!」
에세르의 몸 주위에 탁한 어둠의 기운이 모여들어서 왼손으로 하나로 응축해 갔다. 에세르는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불가사리의 목덜미를 공격하면서 응축해 갔던 어둠의 기운을 불가사리에게 날렸다.
「검은 손톱.」
순간 검은 기운이 던졌던 목덜미에 정확하게 꽂혔다.
「한 번 더!」
오른손으로 검은 기운을 모아 날렸다.
「이 정도로 끝나면 섭섭하겠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 마음껏 음미하게 해 주마!」
다시 왼손으로 검은 기운의 손톱이 불가사리의 목덜미에 작렬했다.
「스! 그리고 이건 보너스다!」
마지막으로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서 마력을 집어넣고 날렸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세찬 후폭풍이 주위 나무를 흔들었다.
검은 기운에 휩싸인 불가사리를 보며 에세르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후우.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같은 곳을 계속해서 공격당하면 구멍이 뚫리게 되어 있지. 주춧돌이 빗물로 구멍이 뚫리듯이.」
이윽고 검은 기운이 걷히고 그 자리에는…….
「……비, 빗물에 무너졌나?」
불가사리는 건재했다. 끊임없이 공격을 당했던 목덜미에는 구멍은커녕 긁힌 상처조차 안 나 있었다.
「네 몸은 무슨 초합금이니?!」
방금 전에 쓴 마법 5개를 합쳐서 강철을 녹여 버릴 정도는 뚫어 버릴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가사리의 몸은 긁힌 상처조차 나지 않은 것에 에세르는 기운이 쭉 빠졌다.
불가사리는 에세르를 노려봤다. 먹이를 먹는 것을 방해받은 것이 꽤 기분 나빴는지 검은색의 눈에서 꽤나 사악한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나, 혹시 꽤 위험한 상황? 겨우 이런 요괴한테?」
에세르가 당혹한 미소를 짓는 순간 불가사리가 달려왔다. 황소보다 좀 더 커다란 강철 몸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모습은 흡사 전차같이 보였다.
「이럴 때는 ‘오레~’라고 하던가?!」
빠르게 달려오는 불가사리를 피한 에세르는 정신을 차릴 틈도 주지 않고, 불가사리는 땅이 파일 정도로 급브레이크를 걸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서 다시 달려왔다.
「쳇. 머리카락으로 저 녀석 몸에 구멍을 뚫으려면 대머리 되겠다. 그렇다면…….」
에세르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 소리에 답하듯이 에세르의 등에서 수백 마리의 박쥐들이 솟아나와서 불가사리의 얼굴을 가렸다.
─쿠아아아!
불가사리는 온 몸에서 염화의 불길을 뿜어내며 박쥐들을 태우고는 다시 일직선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에 에세르는 없었다.
「우둔한 녀석이라 시선을 벌기는 좋군. 자, 지금 상태로 소환할 수 있을까?」
박쥐로 시선을 가리고 멀찍이 떨어진 에세르는 자신의 팔뚝을 물어뜯어서 피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바닥에 떨어진 에세르의 피는 살아 있는 듯 움직이더니 복잡한 마법진 문양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법진이 완성되자 시커먼 연기가 쏟아져 나와서 주변으로 퍼졌다.
「다행이다! 이건 소환이 되는구나. 후후후, 네 목에 구멍 뚫는다고 대머리 되기는 싫으니 내 귀염둥이 늑대들로 놀아 주마.」
에세르는 지금 지옥의 늑대라고 불리는 마물을 부르고 있었다. 일반적인 늑대보다 크기가 3배에 달하는데다 끓어오르는 투쟁심, 적의 숨통을 끊어 놓기 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투쟁심을 가진 그 마물은 지옥의 소환수 도서에도 흉포하기로 이름이 높다.
자기 힘으로 싸우면 되기 때문에 에세르는 지옥 늑대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천요의 꼬리가 잔류한 힘 때문에 만족스럽게 힘을 쓸 수 없는 지금은 나중에 월화와 합류할 때까지 힘을 아끼는 것이 좋았다.
그러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선 이런 소환수가 딱 좋았다.
드디어 시커먼 기운에서 네 개의 다리 같은 것들이 뻗어 나와서 대지를 밟고 섰다.
에세르는 자신을 노려보는 불가사리를 보며 붉은 입술을 핥았다.
「인정할게. 덩치만 터프해서 넌 내가 감당하기에는 벅차구나. 그런 남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여자가 지치거든. 나중에 꼬마 여우가 볼일 끝내고 오면 그때 둘이서 마음껏 너를 상대해 줄게.」
다만 월화가 들었다면 이상한 말 한다고 기겁을 할 말이었다.
「그동안 내 귀염둥이 늑대들과 놀고 있으라고! 지옥의 늑대들아!」
에세르가 손가락으로 불가사리를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고, 그 소리에 호응하듯 시커먼 기운에서 검은 털이 솟아나더니 곧 우렁찬 소리로 짖기 시작했다.
「왕! 왕! 왕! 왕!」
우렁차게 짓는 검은 늑대 새끼…… 강아지에 가까운 자신의 피조물을 보며 에세르의 손가락이 구부러졌다.
「……설마 강아지한테 발목을 잡힐 줄이야.」
검은 강아지 다섯 마리는 주인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용맹하게 불가사리를 향해서 짖어대고 있었다. 꼬리는 말려 있었지만…….
어쩐지 에세르가 불가사리의 눈이 자신을 비웃는 것같이 느꼈다.
에세르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흡혈귀가 결코 느낄 수 없는 한낮의 태양이 새삼 원망스럽게 보였다.
「……나 흡혈귀 그만둘까?」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 * *
수현을 향해 월화가 날린 물줄기에 부딪쳐서 상쇄됐다. 월화는 손톱에 요기를 담아서 수현의 혼을 그었다. 평범한 물리 공격은 혼을 통과하지만 요기를 담으면 혼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수현은 공격을 간신히 피하며 손을 뻗었고 날카로운 얼음들이 생겨나서 월화를 공격했다.
「물을 얼리는 요술까지 사용하다니 이건 백호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거나 마찬가지잖아!」
월화는 얼음을 피하며 경악했다.
「도대체 어떤 한이 쌓였기에 저렇게 원귀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저 정도 요기를 쓸 수 있는 거지?」
단순히 억울하게 죽어서는 저렇게 단단하고 강대한 원귀가 될 순 없다. 그 이상으로 무거운 한이 아니라면 원귀화가 되는 도중에 저 정도까지 요기가 강해질 리가 없다.
「가슴이 작아서 그런지 회피도 잘 하네!」
「가슴이 작은 것과는 관계없다! 이 골 빈 처녀귀신아!」
월화는 이를 갈며 여우불을 만들어서 물줄기를 내리찍으려했다. 하지만 금방 수현이 만든 물줄기에 막혔다. 축지를 연속으로 쓰면 좀 더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수현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지리산인지라 월화의 요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구미호로서 힘을 다하면 귀신 하나쯤은 문제도 없겠지만 수현을 소멸시킬 생각은 없었다.
「남자에게 버림받았다고 오라버니를 그쪽으로 데려가면 네 한이 다 풀릴 것 같으냐?! 원귀로 평생 고통받게 될 것이다!」
소멸시키는 것보다 자기 잘못을 깨닫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전하고 싶었다.
「왜 영민이를 걱정하는지 그 진가를 깨닫지 못하겠느냐?! 만약 그렇다면 영원히 골 빈 처녀귀신이 될 뿐이다!」
영민이가 왜 그렇게 수현을 걱정하고 자신이 내는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따위 것 알 게 뭐야?!」
수현의 말과 함께 물줄기가 뱀처럼 움직이며 월화를 노렸다. 월화는 손톱으로 물줄기를 가르며 피했다.
「내 슬픔 따위는 알아주지도 못하는 녀석들 말 따위! 내 곁에 있어 줄 것도 아니면서 무슨 걱정을 한다는 거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도저히 느긋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역시 혼쭐을 내 줘야 정신을 차리려나?’
월화는 선택의 기로에 서서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물줄기를 쏘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네가 내 슬픔을 어떻게 알겠어?!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고?!」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월화는 피하려다가 멈췄다. 덕분에 월화를 노리던 물줄기는 그대로 월화의 복부를 강타했고, 월화는 입에서 피를 흘러내렸다.
「어?」
수현은 이번에도 월화가 피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멈췄다.
「지금 나에게 뭐라고 했느냐?」
월화는 차분한 목소리로 조용히 수현에게 물었다. 하지만 목소리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살의가 섞여 있었다.
「으, 으, 으.」
지금까지 월화는 화를 냈지만 정말 죽이고 싶다는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수현을 소멸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의 무엇을 아냐고 물었느냐?」
월화는 천천히 수현에게 다가갔다.
「히, 히익!」
수현은 반사적으로 물줄기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월화는 피하지 않았다.
물줄기를 정통으로 맞은 월화는 뺨이 찢기면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개의치 않고 그대로 말을 이어가며 수현에게 다가갔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너는 나에게 제대로 말해 준적이 없지 않느냐.」
「오지 마! 오지 마아!」
「그렇기 때문에 멋대로 상상해서 욕보일 자격이 없다.」
「오, 오지 말라고 했어!」
「그런데 너는 나의 무엇을 안다는 듯이 말하는 거냐?!」
수현은 여러 개의 물줄기를 소환해서 주위에 배치했다.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이거 다 날릴 거야!」
「……날릴 거냐?」
「너 죽을 줄 알아! 이거 맞으면 너 죽어!」
「죽일 생각은 없었나?」
「으, 으, 으흑.」
당황한 수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죽여서 옆에 두려고 했으면서 어째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냐?」
그것은 공포때문이었다. 월화의 살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공격하면 그 전에 자신이 죽을 거라는 공포가 수현을 옭아맸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구미호의 살기.
진심이 담긴 구미호의 살의를 정면에서 대하고 있는 수현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수현이 주저하는 사이에 월화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너야말로 모르는 것투성이면서 다 아는 듯이 말하지 말아라!」
월화는 칠 듯 한 기세로 수현을 후려쳤다. 주위에서 맴돌고 있던 물줄기는 빗방울처럼 계곡으로 떨어졌다.
수현은 간신히 옆으로 피했지만 월화는 축지를 사용했다.
「히이익!」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지르는 수현을 향해 월화는 빼냈고, 그대로 휘둘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얼굴으로 덮쳐 오자 수현은 양팔로 얼굴을 가리며 소리를 질렀다.
「…….」
하지만 이상하게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죽으면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던데 이게 그런 상태인가?’
모든 것을 체념했다.
「소멸되면 체념 같은 것도 할 수 없는 법이다.」
아, 구미호 꼬마의 말이 꿈결처럼 들린다. 완전히 소멸된 것은 이런 각인가?
「난 이제 끝났구나. 안녕, 내 인생.」
「꼴값 떨지 마!」
월화의 일갈과 함께 깼다.
「어, 어라?」
제일 먼저 반투명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엉뚱한 얼굴을 했다. 월화는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소멸시킬 거라고 믿었던 것이냐?」
그렇게 말했지만 이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조금이라도 해야 분이 이야기라도 할 것 같았다.」
수현은 미소를 지었다.
월화는 이내 툭 하고 말을 꺼냈다.
「……내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어? 뭐라고?」
수현은 듣지 못해서 되물었다.
월화는 힘을 내어 말했다.
「4살때….
이이야기를
하사도
울4손내했으면….」
상 말을 더지
니도지.
말도 우
않았다면
과했서다에
무너에보과말다.
어지할가네를하고.
「“미미
저
입
